2008년 9월 29일 월요일

지티쉬 칼랏(Jitish Kallat),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이기봉, 필립 퍼키스(Phip Perkis), B-SIDE

인사동을 한바퀴 쭉 돌았다. 나름 '주요' 전시로 꼽을만한 곳들을 돌았는데...
모두 무료라서 좋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뭐..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
최근 눈이 너무 호사를 한 까닭인지, 심드렁 해져버렸나 보다.


지티쉬 칼랏(Jitish Kallat), Skinside Outside
20080828-20080924
아라리오 서울


1974년생, 무척이나 젊은 나이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 작가란다.
걱정어린 시선으로 담은 인도의 모습들이라는데....
내가 인도를 겪어보지 못한 탓인지,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무척이나
그럴듯하게 묘사해놓은 모래먼지를 빼고는 '글쌔...'
도록을 보니 다른 좋은 작업들이 많던데 이번 전시는 지나치게 형태를 지워버린
작업들만 전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전시서 가장 임팩트 있던 작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록을 보니 이리 좋은 이미지도 있더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전시의 대체적인 이미지




애니쉬 카푸어(Anish Kapoor)
20080903-20081005
국제갤러리


이 분은 이미 국제적으로 엄청 유명하신 분...이긴 한데, 사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대체로 미니멀한-재료의 속성을 드러내고자 하는-작업들인데...
간단히 찾아보니, 스케일을 빼고 이분을 이야기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강낭콩이라던가, 테이트 모던에 전시됐던 155m짜리 나팔이라던가..)
아쉽게도 이번 전시는 대체로 2m 안팎의 작업들. 반짝반짝 굴곡으로 반사해대는 철판, 수지들보다
투박하니 썰어놓은 밀랍(?) 덩어리가 더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마도 그런 까닭이었을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기봉, Wet Psyche
20080829-20080929
국제갤러리


원로급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라는데, 사실 나는 지난 KIAF에서 처음 알았다.
캔버스에 흑백으로 나무를 그리고(사진인듯?) 그 위에 반투명 아크릴을 띄우고,
안쪽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림으로써, 살짝 그림이 입체감이 있는듯한 안개낀 나무 풍경작업이
최근의 주력(?) 작품인듯 한데.... 사실 그 작업만 보고서는 '글쌔?' 싶었다.
사실 갠적으로 한국, 혹은 동양적 정서니, 여백의 미니 하는 호들갑을 좋아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듯 하다.
그래도, 오늘 인사동 한바퀴에서 뜻밖의 수확이라면 바로 이 전시였는데,
전시장 입구의 어항속을 헤엄쳐 다니는 책(!)이라던가,
독신자의 침대라는 레이저와 연기를 이용한 설치작업들이 회화작업들 보다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헤엄쳐 다니는 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번 전시에 대한 작가소개..가 있던데..(해외시장을 노려 신경써 만든듯)
솔직히 설명은 좀 깼다. 난 이런 설명들이 왜이리 닭살스럽지..--;


필립 퍼키스(Philip Perkis)
20080927-20081009
갤러리 온


서점의 사진코너에 가서 '사진 강의'를 찾으면 두권이 나온다.
한권은 그 유명한 바바라 런던의 두꺼운 책(사진학강의)이고, 한권은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한
필립퍼키스의 책(사진 강의 노트)이다.
대조되는 두께만큼이나, 내용도 상반되는데, 전자는 사진의 기술적인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책이고,
후자는 기술적인 면 보다는 감상이나,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사실 전자는 책장만 몇번 넘겨봤고,
후자는 좀 읽다가 말았다. (사실 이런류는...좀 닭살스럽게 느껴져서...--;)
암튼 나름 유명하신 분의 사진전. 근래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잘나가는 예술 사진가들처럼
압도적인 크기와 퀄리티는 아니지만, 엽서보다 약간 큰 사이즈의 흑백 스냅 사진들이
나름 잊고 있던(?) 사진찍는 재미를 떠올리게 한다.
무료이고, 주변에 현대(두아트)/국제/금호 등등 쟁쟁한 갤러리들이 많으니,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가며 한번쯤 들러봐도 좋을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B-Side
20080903-20081012
두아트(구 현대갤러리)


잘나가는(?) 신진 작가들에게 B-SIDE라는 주제를 던져 묶은 그룹전.
자신이 하던 작업과 다른 성격의 작업일 수도 있고, 묵혀둔-그러나 미공개 된- 시리즈일 수도 있고,
혹은 B-SIDE라는 주제에 맞춰 새로 제작된 작업일수도 있다....는데...
한겨레 신문 기사를 보니, 일단 작가들의 작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과연 이게 누구 작업일까 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아는 작가가 없어서....-.-
그래도 팔 수 있는 형태의 작업을 내놓은 사람들과,
도저히 팔수 없는(미술관 벽에 그려놓는다던가) 작업들을 한 사람의 대조는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하긴 했다.

두아트 갤러리 홈피의 설명에는 상업갤러리에서 상업성을 뒤로 한, 이른바 음반의
실험적, 혹은 팬 서비스 차원의 B-SIDE를 모티프로 한 작업들을 유치하는데도
그 의의가 있다고 하는데..솔직히 말장난 같고....

잘나가는 신진작가의 비상업적 그룹전
→ 그룹전 안에 든 작가 = 잘나가는 작가
→참여 작가 이름값 상승
→B-SIDE 작업들이라도 내놓으면 팔리게 됨
->상업 갤러리의 이익

이라는 도식이 떠오르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사진은 다 퍼왔음..(별로 찍고 싶은 것들이 없거나, 혹은 못찍게 해서--; 도록도 부실..)

2008년 9월 21일 일요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08, 코엑스, 20080919-20080922)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2008)
삼성동 COEX 태평양홀, 인도양홀
20080919-20080923

척클로즈,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에 이어 KIAF까지. 전시로 몰아치는 한주.
아트페어를 몇번 가본 적은 있지만, 대부분 국내 작가 위주였고, '국제'아트페어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국내외 200여 갤러리가 참가한 대단한 규모.
갤러리당 2분씩 할애한다고 쳐도, 400분, 한바퀴 둘러보는데 6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갤러리들이 내어놓은 그림들을 보자니, 얼추 이번 아트페어에서 기대하는 바가 눈에 띄인다.
'미끼상품(?)' 혹은 과시용으로 앤디워홀, 크리스토,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의 작품을 걸어놓고,
갤러리에서 밀어주는 작가의 작품의 판매를 노리는 갤러리들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이미 명성이 대단한 작가들의 작품만 걸어놓고,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는 갤러리들도 있다. 또 좁은 부스 공간에 갤러리 소속작가들을 빽빽하게 걸어놓고
한점이라도 팔리길 고대하는 약간 '없어 보이는' 갤러리들도 있고, 판매보다는 참여로 몸값을 높여보겠다는
의도인지, 도저히 팔수 없는 설치작품들도 부스를 가둑 채운 갤러리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 인정받은 거장들의 작품만 팔아보겠다는 유로 갤러리



수많은 갤러리와 그 몇곱절 되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가기에,
작품당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수 초. 이미지가 강렬하거나, 특이하거나, 혹은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가 되면 '아하' 하면서 작품을 좀 더 주의깊게 보는 정도이니,
예술작품의 의미따위는 되새길 시간이 없다. 그저 시각적인 충격과 거장의 '아우라'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격표를 보고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예를들면..



예술작품들의 원래 맥락은 사라지고, 오로지 예술가의 명성에 의한
 '아우라'와 '가격'만이 이곳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요셉보이스는 살아 생전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그렇게 역설하고,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남기고 떠나갔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요셉보이스의 신문 꾸러미 한다발은,
이제, 수호성인의 성물이 되어,  가질 수 없다면,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볼까 하고,
갤러리 관계자에게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호 성인의 성물(聖物)



대략 예닐곱시간을 강한 조명 아래서 작품들을 향해 쉴새 없이 눈알을 굴리다보니,
그리고, 머릿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이미지의 향연에 전시 말미에는 정신적으로 거의
피폐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마침 안규철씨-독일에서 개념미술을 요상하게 공수해온 죄(?)로 종종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의 작업으로
'전망대'가 눈에 띈다. 전시에 피로한 눈을 높은 곳에서 풀 생각으로 위태위태한 전망대를 올랐다.
안규철씨 땡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펙타클이 덜하긴 하지만, 안드레아 구르스키풍(風)이라는..


 ps. 어떻게 보면 미술시장에 대해 약간 삐딱하게 쓴 감이 없지않아 있는데,
       나같은 가난한 미술 애호가(-라기는 뭣하지만)에게는, 거장에서 신진작가들의 작품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는....예술의 맥락이니 어쩌니 해도...
       눈앞에 도록에서나 보던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는데...그리고 잘나가는 신인작가라는데...
       들이대고 봐야지--;

2008년 9월 20일 토요일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20080726-200811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틴아메리카거장전
20080726-200811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중남미 하면 떠오르는 작가,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부부..문학이라면 보르헤스 정도..?
80년대 우리나라 민중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멕시코 벽화운동의 주역인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 하나로 미술관을 향했다.

지역 혹은 시기로 묶은 모듬전(?)이 크게크게 동강내서 전시를 기획하듯,
 이번 전시도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1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 - 벽화운동
#2 우리는 누구인가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
#3 나를 찾아서 - 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
#4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 - 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 벽화운동의 주역 3인방은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떼 오로스코, 다빗 알파로 시케이로스.
애초에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벽화운동은 후기에 이르러서는 디에고 리베라는
미국에서의 활동과 정치권과 얽히며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오로스코와 시케이로스는 파쇼적인 정권에 반대하며, 핍박받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냈다.
(즉 후기에는 결국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는 이야기. 민중운동의 운명인걸까?)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틴 아메리카는 다인종, 다문화, 천연자원이 키워드.
커피, 옥수수, 카카오 - 베네수엘라의 열매와 그 여신을 그렸다는 에우랄리오 톨레도 토바르(Eulalio Toledo Tovar)의 <나라의 열매들, Fruits of the Country>에서, 여신들이 비탄에 잠긴 것 같은 느낌을 받는건 왜일지.
전시실의 테마에 맞춰 희미해진 그림 각각의 맥락이 궁금하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을 보고야 떠올린 페르난도 보테로의 익살맞은 그림.
"어 저거 피카소?" 쿠바의 위프레도 람. 그런데 왜이리 그림이 눈에 익을까.
(실제로 피카소와 교류했다고 한다.)
베이컨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하코보 보르헤스의 <도박하는 여인 No.1>
앞서 1,2 전시실에 비해 점점 정신분열적으로 변해가는 그림들.

#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센세이션 그 자체였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의 칼자국 그림.
이탈리아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르헨티나 출신이란다. (활동은 이탈리아에서)
옵아트는 베네수엘라가 강국이라는데..글쌔 여기 걸린 그림들만으로는 잘...


도록은 8,000원/30,000원 두종류가 있었는데,
작은 도록은 그림 몇장만 달랑 있어 구매할 가치를 못느꼈고,
그나마 내용이 충실한 큰 도록은 나오는 순간까지 구입을 고민했으나,
지나치게 버라이어티한 그림 목록과, 지나치게 개괄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는 섹션별 에세이들로 해서
30,000을 투자하기는 부족한 감이 있어 포기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온라인 전시는 아래 링크에서 아주 상세하게 볼 수 있다.
(그림이 다 있는 것은 아님.)
http://culture.naver.com/culture/eventHtml.nhn?urlid=2008072500009

2008년 9월 17일 수요일

위대한 모험, 척 클로즈(20080619-20080928, 성곡미술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척이나 간만의 포스팅. 그간 쌓인(?)이야기도 많지만, 지난 것들은 차차 정리되면 올려보도록 하고...
  뜻밖(?)의 긴 추석연휴 덕분에 평일 오전 시간을 내어 다녀온 성곡미술관- 척클로즈 판화전을 소개하기로 한다.

 
위대한 모험, 척 클로즈
성곡미술관
20080619 - 20080928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회화나, 사진에 조금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척 클로즈라는 이름은 몰라도, 왼쪽 그림인지 사진인지는 한번쯤 봤을 것이다. 이른바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의 창시자(라지만 후계자가 있는지는..?) 척 클로즈의 자화상이다.(본인은 자화상이라기보다 그냥 두상화-HEAD-라고 불렀다고..)

 관객을 압도하는 크기와 세밀함으로 정평이 나있는 작업이니, 책에 실린 조그만 삽화로는 그 감흥을 전혀 느낄수 없을터(지면으로는 그저 사진과 동일할 뿐--;), 이런 척 클로즈의 작업들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이다!

 한데, 할인쿠폰을 받으러 성곡미술관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판화전"

이란다. 척 클로즈가 판화도 했었나?

자, 이하 전시 소개 들어간다.




 네이버에서 척 클로즈를 검색해보면 한줄이 등장한다. "1964년 예일대 판화과 조교'
그를 유명하게 한 것은 극사실적인 회화작업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판화에 몸담고 있었던 것.
그때부터 지금까지 판화에 대한 열정으로, 메조틴트 , 펄프 페이퍼, 스핏바이트 에칭, 리덕션 리놀륨(고무판화), 실크스크린, 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 스크리블 에칭(부드러운 에칭)까지 그야말로 판화의 전 장르를 통틀어 종횡무진 활약한 작업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사용된 색상만 60여가지가 넘는 3미터 높이의 초대형 판화가 상상이 되시는가?
학창시절 어떤 식으로든 다색판화를 해본 사람이면 이해가 될 것이다. 8절 한장에 몇가지 색만 올리려고 해도,
색상이 겹치면서 색상이 틀어지고, 각 분판이 명확히 상하좌우에 맞춰들어가기도 쉬운일이 아니다.

목각 판화의 경우는 작업 하나를 위해 2년여가 걸릴정도라 하니, 그 작업의 난점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과연 척 클로즈 혼자 그 고된 작업을 해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지사.
게다가 척 클로즈는 1988년 척추장애를 앓으면서 사실상 반신불수의 몸이기까지 하다.

 이 전시의 영문 부제 "과정과 협동작업(Process and Collaboration)"에 그 해답이 있는데,
척클로즈의 대규모-다장르의 판화작업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사람들의 협업에 의한 결과물임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이 책은 <과정과 협동작업>으로 제목을 지었다......최종 찍어낸 작품과 함께 판화의 진행단계에서 찍은 시험쇄를 보여줌으로써 화가의 결정과정에 대한 신비로움은 많이 벗겨질 것이다. "(전시 서문中-테리 술탄(기획자))

 척 클로즈 본인도, 최종 결과물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판화공(?)들의 아이디어와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 판화작업에는 협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다는 데에는 다소 불만이 있지만 (척 클로즈 뒤의 수많은 판화공들-혹은 시다(!)들을 생각해보라!) 고독한 천재성의 예술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공동의 창작과정임을 강조한다는 데에서, 그리고 전시의 목적이 예술가의 신비함-아우라를 벗기는데에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서 성곡미술관측의 무책임한 변조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지 않을수가 없다!
전시제목부터 "과정과 협동작업" => "위대한 모험" 으로 바꾸면서 이른바 "위대한 예술가"에 촛점을 옮겨갔고,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판화 예술의 아우라"를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3층의 척클로즈의 작업실 영상은 판화와 일절 관련 없는 회화작업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영상만 봐서는 척클로즈는 영락없이 회화작업만 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내내 판화작업에 대해 설명한 번역 도록 말미에 실린 촌평(?)은 더욱 생뚱맞은데, 척클로즈의 자화상에 대해 무의미화,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투쟁 따위의 말로 "위대한 척클로즈", 천재성의 위대한 화가 만들기에 급급할 뿐이다.

 물론 따지고 보자면, 그 수많은 협동작업들이 결국 '척 클로즈'의 이름-브랜드-으로 미술 시장에 선보이게 되는, 고귀한 예술가, 예술성을 획득해야만 그 가치를 부여받는 시장원리를 탓해야겠지만, (결국 척클로즈 본인도 이같은 혐의에서는 자유롭지 못한것이다!) 나름 예술계를 선도할만한 위치에 있는 큰 미술관에서, 원래 전시의 기획의도를 무시하고, "오오!! 위대한 예술가 척 클로즈!!"라고 찬양하며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은,(성공적인 전시의 흥행을 위해서였다고 할지라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메조틴트펄프 페이퍼 멀티플스핏바이트에칭
리덕션 리놀륨실크스크린일본식 목판화
유럽식 목판화스크리블 에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