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7일 화요일

냐궁&밍 터키 신혼여행 #6(마지막)

 4/17-18 리키아 월드 / 패러글라이딩 / 집으로

 리조트가 고급(?)스럽다는 생각에 한참 위축되어 있었는데, 식사를 하면서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것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애들이 소란스럽게 돌아다니면서 음식 투정하고, 그릇도 깨고, 부모님들과 씨름하는 모습들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였고, 애들도 저러는데 우리도 뭐...라는 생각으로 점점 용기가 생겼다.
 

 

 식사는 두 곳의 레스토랑에서는 아침/점심/저녁에 뷔페식으로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고, 좀 더 고급 레스토랑은 예약료와 음식값을 따로 받는데, 얼핏 봤을 때 고급 레스토랑은 이용객이 거의 없는듯 했다. 뷔페식이지만,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코너도 많고, 과일, 샐러드, 이탈리안, 생선, 고기류에 후식까지 모두 맛이 괜찮았다.

 

 

 엊저녁에 예약한 패러글라이딩 시간은 11시 15분, 가이드북에 소개된 $100~120보다 다소 비싼 100유로(200TL)였기에 망설이긴 했지만, 여행 마지막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있는 비상금 50유로 정도를 남기고 신청했다.

 

 아침을 먹고 패러글라이딩 시간까지 리조트가 끼고 있는 전용(!) 해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고, 바닷물이 차가워서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리조트가 비수기인 겨울에는 문을 닫고 4월부터 오픈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용객이 적은 까닭이기도 했다.)

 

 

 어제 저녁에 얼핏 보았을 땐 깨닫지 못했는데, 지중해의 바다는 참 맑고 파랗고, 푸르다. 그림이나, 사진속에서만 보던 파란 바다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해변을 잠깐 둘러보고, 패러글라이딩 픽업을 받았다. 픽업 트럭을 타고 뒷산을 한참 올라간다. 뒷산 높이가 자그마치 2000미터가 넘는다. 바닷가 바로 뒤에 위치한 2000미터짜리 산이라니. 울루데니즈가 세계 3대 활공장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보다.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절벽아래로 2인 1조가 되어 바람을 기다리고, 타이밍에 맞춰 뛰어내리고 있다.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저런 연약한(?) 것에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살짝 콩닥콩닥 했다--;

 

 이윽고 내차례가 되었고, 지시하는 대로 가방과 버클, 헬맷을 착용하고, 구령에 맞춰 힘껏 발을 굴렀다. 그리고 설마설마설마했는데...떴다!

 

 

 이륙장의 소란스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귓가를 쓸고 지나는 바람소리만 들려온다. 발아래 멀리 보이는 돌, 나무, 봉우리들. 갑자기 적막감이 몰려오고, 검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울루데니즈 시내와 해변이 보이고, 우리가 묶고 있는 리조트도 보인다.

 

 

 

 

 한데, 멋진 풍경과 더불어 나는 조금 고생을 해야 했는데, 내 체구에 비해 조종사가 몸집이 너무 작았던 것. 내가 조금 편하게 매달려 가고자 몸을 기대거나 다리를 내리면, 조종사가 무척 힘들어 했고, 덕분에 비행 내내 허리를 세우고, 다리는 끌어 올리고, 팔로는 줄을 꼭 감고 카메라를 조작해야 했다. 몸에 힘은 있는대로 들어가 있고, 카메라를 조작하려고 집중하다보니, 슬슬 멀미가 올라왔다..ㅠ_ㅠ

 

 

 바다쪽으로, 다시 해변쪽으로 천천히 커다란 원을 그려 활공하며 내려왔다. 바다의 푸른빛이 점점 짙어지고, 해변은 에메랄드 색으로 씌워져가고, 햇살에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허리, 팔, 다리도 점점 저려온다ㅠ_ㅠ

 

 

이런 나와 다르게 밍군은, 나보다 체구도 작은 데다가, 훨씬 체격이 큰 조종사와 내려오는 덕분에, 아주 편하게 동영상에 셀카까지 찍으면서 신나게 내려왔다고 한다--;

 

 

 비행중에 카메라와 캠코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는데, 한 두 장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 사람당 30유로라고 해서, 그냥 포기. 동영상은 차라리 밍군이 찍은 게 더 나아보였다.

 

 

 점심을 먹고 왠지 바닷물에 몸을 담궈야 진짜 신혼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에, 바닷물에 몸을 담궈보기로 했다. 바닷물이 차긴 했지만, 햇볕이 워낙 뜨겁고, 해변의 자갈은 뜨거운 지경이라 식히고 데우고를 반복하며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아침 점심 뷔페에서 배부르게 먹고, 패러글라이딩 하면서 멋진 풍경 보고, 신나게 물에서 놀다가 따뜻한 해변의 돌 위에서 몸을 덥히다 보니, 처음에 주눅들었던 마은은 간데 없고, 정말 제대로 놀러왔지 싶다.(그래, 우리는 심하게 긍정적인 커플인 것인지도!?)

 

 

 다음날,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11시쯤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까지 픽업시간을 물어보니 오후 4시반이란다. 울루데니즈나 페티예로 이동해서 둘러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여비도 빠듯하고, 들어오면서 봤다시피, 나가기도 만만치 않을 듯 하여 리조트를 둘러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음..사실은 체크아웃 하고, 식당가서 점심도 먹었다-.-)

 

 

 

 풋살 시합장, 테니스 코트, 비치발리볼 코트, 농구 코트, 미니골프까지 어지간한 운동은 즐길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잇었고,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은 까닭인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놀이 공원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 놀이공원의 화장실은 모두 어린이들 키에 맞춰서 세면대부터 변기까지 앙증맞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있어 귀여웠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오후 늦도록 해변의 그늘 밑에서 한가로운 신혼여행의 마지막을 보내다가, 픽업차량을 타고, 달라만 공항으로, 이스탄불로, 그리고 인천으로. (그날 아침에야 알았지만)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발 항공기들이 결항되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했지만, 다행히 이스탄불은 별 영향이 없는듯. 다만, 우리 앞에 있던 유럽 경유 대한항공편이 결항되어 긴급으로 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가 내일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즐거운 터키 신혼여행은 끝이 나고...... 둘이 함께 할 머나먼 여정은 시작되었다.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냐궁&밍 터키여행 #5

4/16 파묵칼레, 울루데니즈로...

 

 매일 회사버스에서 새우잠을 청하는지라, 버스에서 자는 건 어느정도 익숙해져있다고 생각했는데, 긴장을 해서일지 거의 매시간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한데, 데니즐리를 약 1시간을 남겨두고서부터는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버렸다. 차장한테 이야기 해서 길가에 세워달라고 할까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며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ㅠ_ㅠ 정말 그때는 졸음이고 피곤이고 아무 생각도 나질 않고, 오로지 빨리 도착해서 화장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새벽 5시 45분, 데니즐리에 도착했다! 바람과 같은 속도로 짐을 꺼내서 화장실을 향해 뛰었다. 세르비스 버스를 가장한 호객꾼이 머라머라 했지만, 들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화장실을 들러 나오니 호객꾼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붙인다.

 

 "나 버스회사에서 나온 직원인데, 파묵칼레까지 저 세르비스를 타면 된다. 너 때문에 기다리고 있잖냐, 얼른 타라, 저거 안타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세르비스 없는걸로 안다, 너 호텔이나, 여행사 직원이지?, 바른대로 말해라 어차피 호텔에서 쉴 생각 하고 있으니까..그리고 파묵칼레까지 7시에 첫차가 있으니까 1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너 한국 사람이냐? 나 한국도 다녀왔다. 봐라 저 버스에 한국 사람들도 탔다. 그리고 사정이 달라져서 3시간 기다려야 차를 파묵칼레가는 차를 탈 수 있다."

 

 "나 여기 처음 아니거든? 바른대로 말하라니깐?"

 

 밍군 체력도 걱정되고 해서 따라가서 호텔에 묶고 쉴까말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앞서 탔던 한국분 커플이 차에서 내린다.

 

 "한국 분들 내리는데? ^^"

 

 "내 참, 알아서 해라, 너네 안태워도 난 상관 없다. 왜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못믿냐?"

 

 밍군도 생각보다 버스에서 잘 잤다고 하고,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 하는 모냥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터미널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1시간 기다리기로 했다.

 

 

 5년전에 왔을 때도 그렇고, 유독 파묵칼레에서 여행관련되서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난번 역시 호객꾼에 의해 호텔로 끌려(?) 갔었고, 1박 하지 않고, 오후에 셀축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오늘은 차편이 끝났다는 호텔 주인장의 말에 속아 1박을 해야 했었다. 물론, 다음날 가보니 차편은 매시간 꼬박꼬박 있었다.
 
 터미널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3.5T), 2:30분 출발 페티예행 버스표를 구입했다(1인 20TL). 아침식사 후 사람이 가득 찬 돌무쉬를 타고 파묵칼레에 도착. 도착하자마자 INFOMATION을 가장한 여행사에서 버스 티켓을 끊었냐고 말을 건낸다. 이미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고 하니 실망한 눈치--; 가는 길에 또 다른 여행사 직원을 만났는데.. 역시 버스 티켓을 끊었냐고 물어오곤, 이미 끊었다니 실망한 눈치로 돌아섰다..--; 이동네 왜이래 정말..;

 

 파묵칼레 매표소 조금 전에 아까 터미널에서 호객했던 놈들이 있다. 우리를 보더니

 

 "I Hate Korean, 걸어서 저기까지 갈려면 무지 멀다~!"

 

이러고 앉았는데, 그냥 뒤로 손을 흔들어 줬다.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I Like Turkey People" 이렇게 대답해 줄걸 하는 생각이 든다. "Except You!"를 붙여서.--+

 


입장권을 끊고, 신발을 벗고 하얀 석회층을 밟는다. 이야기를 들어 예상하고 있었지만, 온천수가 석회층을 내려오느라 식어서 물은 차갑다..ㅠ_ㅠ

 

 

 

오르다보니 아침 햇살에 물이 따뜻해진 곳도 있고, 온천수가 덜 식어 따뜻한 곳도 있다. 차다 따뜻하다를 반복하며 석회봉을 올랐다.

 

 


 

 

석회봉에 올라 따뜻한 온천수에 족욕도 하고, 발도장도 찍고, 한가로운 아침의 파묵칼레를 맞이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일본,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이 제법 모여 있었다.

 

 

 천천히 고대부터 온천도시로 번성했다던, 그러나 몇 번에 걸친 지진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는 히에라 폴리스 유적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한때 번성했던 옛 도시 터에는 양귀비와 엉겅퀴, 들꽃들이 무성하기만 하다.
둘러보다보니, 아침에 터미널에서 호객꾼에 낚였던 분들이 모두 영어 가이드를 따라 가이드 투어 중이시다..--;

 

 

 

 해서 오르면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확실히 아랫쪽이긴 한가보다. 천천히 걷는데도 슬슬 땀이 흐르고, 결국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다. 석회봉을 걸어 내려갈까, 정문쪽으로 가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결정. 파묵칼레 마을까지 30TL을 부르는데, 좀 비싼듯 했지만 관광지니까 그냥 OK. 내려가면서 계속 데니즐리까지 50TL에 해주겠다고 하는데, "아저씨 됐어요~"를 외치고 돌무쉬로 갈아탔다.


 
 터미널에서 간단히 케밥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네브쉐히르에서 올때처럼 큰 버스이겠거니 했는데, 다소 작은 버스였다. 여기서 4시간 거리인 비교적 짧은(?) 이동이라서 작은 버스들이 다니나 싶었다.
 
 터키는 버스들이 좋다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막상 버스를 타고보니, 4시간 이동하기가 새벽의 10시간 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최악이었던 것은 앞, 뒤 좌석 공간. 터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작은 체구도 아니건만, 하필 또 배정받은 좌석이 그 버스에서도 가장 좁은 좌석이었다. 옆자리들은 나름 널럴해보이더만..왜 이런 좌석을..ㅠ-ㅠ

 

 

 게다가 차가 정말 힘이 없다. 터키가 은근히 고원인데다가, 데니즐리에서 페티예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제법 많았다. 고개도 몇백미터도 아니고, 1500, 1600m짜리 고개들..ㅡㅡ; 한데 차가 힘이 없으니, 악셀을 끝까지 밟아도 3-40km/h로 빌빌빌빌하며 올라가고, 기사분은 아예 그냥 턱 괴고 운전하신다. 급기야는 힘이 모자르자 에어컨을 끄고 승하차문을 모두 열고 달리는 상황이 발생--; (내가 사진찍으니까 흘끗 보시더니 다시 차 문을 닫아버렸다--;)

 


 

 내려줄 손님이나 화물이 있으면(여기도 고속버스 택배들을 제법 이용하는듯) 마을에 들르고, 차는 느리고..고개는 많고..이러다보니 4시간에 페티예까지 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저 앞에 산이 보이면, 저길 또 넘어야 하나 내가 다 걱정이 됐다--; 그리고 페티예는 분명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데, 이렇게 산만 보이니..대체 바다는 언제 나오는것인지....

 


 

 4시간 반 남짓 걸려 결국 페티예에 도착! 페티예에 도착해서도 도대체 바다는 보이질 않는다--; 대체 여기가 어디가 바닷가라는건지..;; 나중에 알았지만 이동네 지형이 상당히 독특(?)하다. 바닷가 주변으로 천미터가 넘는 산들이 솟아 있는 것.(내일 패러글라이딩 사진에서 알 수 있음)

 

 

 우리 숙소는 페티예에서 30분 정도 돌무쉬를 타고 가야 하는 울루데니즈의 리키아 월드 리조트.

 

돌무쉬를 탈까 어찌할까 역주변을 서성이고 있으니, 택시가 다가와서 울루데니즈까지 30TL을 부른다. 4시간 동안 좁은 좌석에서 부대끼며 진을 뺀 덕분에 두말 않고 택시에 탑승했다. 한데, 리키아 월드로 가자니 40TL을 부른다--; 다소 황당해서 깍아달라고 했더니 가보면 안단다--; 그러면서 묻는 말

 

"얼마나 있다가나요? 한주?"

 

"이틀요-.-"

 

 고개를 하나 넘고 울루데니즈 표시판이 보이고..울루데니즈도 보이고...헉..ㅡㅡ; 울루데니즈입구서부터 리키아 월드까지 택시로 10분남짓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밍군은 벙 쪄서..."망했다. 차없으면 나올 수도 없겠어..".

 

 게다가 입구에서의 철저한(?) 방문자 확인, 깔끔하게 차려입은 리조트 직원, 고급스러워보이는 시설들..ㅡㅡ;

 

 "아..이거 왠지 비싸보여..ㅠ_ㅠ" 

 

 체크인 하면서 직원이 묻는 말

 

"몇일 계실건가요? 한 주?"

 

 "..... 이틀요..--;"

 

아마도 이동네는 가족단위로 와서 한주 이상씩은 있다가는 동네인가보다..;;

 

 분위기에 완전히 주눅이 들어서 카메라는 꺼낼 생각도 못하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숙박료에 포함이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 따로 돈 받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를 했다.  어제 새벽부터 쭈욱 이동하고, 피곤하고, 좁은 좌석에서 부대끼고, 고개 넘으면서 마음 졸이고..울루데니즈에서 호텔까지의 거리에 좌절하고, 호텔에 주눅들은 덕분에 씻고 침대에 엎어지자마자 그대로 골아떯어져 버렸다.

 

냐궁&밍 터키여행 #4

4/15 벌룬투어, 카파도키아, 데니즐리로.

 


 벌룬투어를 위해 새벽 5시 10분에 모닝콜을 한다는 호텔직원의 말에, 조금 일찍 준비할까 해서 5시 5분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건만, 정작 5시 30분에야 전화가 왔다. 5시 45분 픽업을 받아 투어 장소로 이동하는데, 여기저기서 벌룬이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슬슬 부풀고 있는 거대한 풍선들의 모습에 순간 원근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벌룬이 날아오를 장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빵과 차로 요기를 하고 있었고, 스텝들은 날아오를 채비에 풍선을 부풀리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벌룬 하나에 트레일러 차량 한대, 그리고 수명의 스텝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벌룬의 조종사 이름은 벨기에 출신의 "Geert". 다른 벌룬들이 하나 둘 떠오를 무렵, 드디어 우리의 벌룬이 바로 서고, 차례차례, 4등분 된 사각 바구니 각 구역마다 5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지상과 연결된 밧줄을 풀고, Geert가 밸브를 열어 가스를 태우자 말 그대로 '두둥실' 벌룬이 떠오른다! 미동도 없이 사뿐히 떠오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하나둘 연이어 떠오르는 벌룬들, 카파도키아의 아침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색색의 벌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초현실적'(혹은 유리창에 붙여놓은 병뚜껑?)이다. 

 

 

 

 

 Geert는 우리가 두루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벌룬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운전을 했다. 벌룬의 비행시간은 가스를 다 쓸때까지인데, 얼마나 오래 나느냐는 벌룬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우스개소리로  "일본인은 2시간, 미국인은 1시간 반"이란다.ㅎ 떠오른 벌룬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무작정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탑승객들의 숙소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이었다. 즉, 숙소가 같은 지역 사람끼리 묶어서 탑승했다는 이야기.

 

 

 

 

 로즈 밸리로 다가서며, 바위를 가까이 볼 수 있도록 벌룬을 가까이 접근시켜준다. 일부 벌룬들은 바구니가 암석에 가볍게 부딪히기도 하는 것 같았다. Geert의 말에 의하면 초보 조종사들이 종종 바위에 부딪치거나 엉뚱한 곳에 떨어져 발이 묶이기도 한다며, 엊그제도 한팀이 한나절 내내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는데..믿거나 말거나..


 

 

 벌룬이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갈라진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룬은 서서히 위르깁을 향해 이동하고, 내려보니 포도농장들의 밭이랑 자국도 재미있는 패턴으로 나타난다. 아래선 트레일러들이 벌룬을 쫓느라 동으로 서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몇 벌룬을 도로 위에 내리는 바람에 때아닌 교통정체(?)를 빛기도 했고, 또 몇몇 벌룬은 영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을 곳 같은 곳에 내리기도 했다.


 

 우리의 조종사 Geert는 능숙한 실력으로 위르깁 시내 근처의 공터에서, 트레일러 바로 위에 사뿐히 착륙 성공~!
간단한 샴페인 파티와 수료증(?) 수여 행사가 이어진다. 샴페인 준다고 넙죽 받아먹었다가, 도수가 꽤 되는듯...--; 두어시간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다.

 

 

 벌겋게 익은 얼굴로 숙소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지배인이 숙소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길래 "엑설런트"를 외쳐줬다.
오늘 카파도키아 투어는 캐나다 노부부, 호주에서 온 할머니, 그리고 우리, 이렇게 다섯. 호주 할머니는 일반 호텔에 묶고 있었는데, 예약이 늦어 동굴 호텔에서 자지 못했다며, 나머지 일행들을 무척 부러워 했다.

 

 

 오늘의 첫 코스는 괴뢰메 오픈에어뮤지엄. 학교 다닐적 세계사 시간에 얼핏 들은 적 있는 중세 수도원 운동의 모태가 되는 곳이라 했다. 바위를 파내고 지은 동굴 교회들은 비잔틴 제국 시절부터 각각 수도원, 수녀원, 신학교 등으로 사용되었고, 오스만 제국 때까지도 기독교인들에 의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굴 교회의 입구와 내부가 좁고, 관광객들이 제법 몰린 관계로 줄을 서 인원을 나누어 입장시켰는데, 기다리며 지켜보니, 저 좁은 동굴에 어찌 저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사실 동굴 안은 조명이 좋지 못하고, 관광객들로 입구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가려 당시는 깨닫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화이트밸런스를 맞추다보니, 10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프레스코화의 생생한 색상이  새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점심을 먹기 전 "버섯돌"마을 파샤바 마을을 들렀다. 나는 아무리 봐도 버섯 모양 같은데, 가이드는 계속 "동화속 굴뚝"이라고만 한다. 상대적으로 강한 용암층과, 연한 용암층의 풍화작용 차이에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카파도키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기둥 하나에 굴뚝이 3개인 것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나.

 

 

 아바노스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고, 바로 붙어 있는 도자기 샵 쇼핑. 이곳 투어의 쇼핑은 동남아의 그것처럼 그렇게 강요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도자기 만드는 과정 시연과 자세한 설명 등이 있어 나름 볼만하다. 집안이 대를 이어 도자기를 만들며, 가문 별로 문양이 따로 있고, 히타이트문양은 국가적으로 지정된 공방에서만 만들수 있다는 등의 설명. 히타이트 문양이 그려진 고리 형태의 술병이 살짝 끌리긴 했지만, 손바닥 반만한 크기가 10만원이 넘는걸 보고 바로 포기. 캐나다 남편분은 술병이라는 말에 눈이 반짝 하시더니, 한참을 흥정해서 결국 제법 큰 사이즈의 술병과 술잔들을 구입했다.

 

 호주 할머니는 내가 도자기에 접근할때마다  "깨진다~ 깨진다~ 깨지면 카메라 맡기고 가야 할걸~" 하며 호들갑~

 

 

 도자기 흥정을 하느라 시간이 제법 흘러버렸다. 어제 투어도 그렇고, 오늘 투어도 그렇고, 오후 일정은 샵 들르는 것을 제외하면 다소 '날라리 일정'이다. 위르깁까지 돌아가면서, 경치가 좋은 곳 - 에센테페 파노라마, 우치히사르 등-에 들러 카파도키아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

 

 


 위르깁 터미널에 내리면서 가이드에게 데니즐리행 버스표를 받았다. 따로 돈을 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미 여행사 측에서 돈을 모두 지불한 모양. 위르깁에서 직행은 없고, 네브쉐히르까지 가서 갈아타야 하는데, 가이드는 6시 반까지 와서 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정작 버스는 7시에 출발하는 바람에 터미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아마도 늦을까봐 조바심에 일찍 오라고 했던 모양이다.

 

 

 기다리며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내일 일정이 힘들걸 생각하니, 새로운 식당을 개척하는 모험(?)을 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제 들렀던 키실리데르 피데에 들러 믹스드 케밥과 키말리 피자를 시켜 먹었다.

 


 

네브쉐히르에서 데니즐리행 버스가 저녁 8시에 출발. 데니즐리까지는 대략 10시간이 걸리니 새벽 6시에 도착한다는 결론. 여행 전에 알아봤을 때에는 7시 출발, 새벽 5시 도착이라, 파묵칼레까지의 퍼블릭 돌무쉬가 운행하는 7시까지 두시간 동안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6시 도착이면 다소 기다릴만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네브쉐히르에서 출발하는 다른 버스는 좀더 신형에, 화장실까지 딸린 버스들도 있더만, 하필 우리가 탄 버스는 화장실도 없고, 의자도 좀 불편한 구형 버스다. 한국인 커플들도 서 넛 보인다. 내일을 위해 조금 일찍 잠을 청할까 했는데, 드라마에 뉴스에 10시무렵까지 계속 TV도 틀어주고, 조명도 켜있고, 차장도 이것저것 준다고 계속 돌아다니고 해서 원하는 만큼 잠을 이룰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