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올해의 작가 2009-서용선 / 아리랑 꽃씨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9 서용선
20090703-20090920

아리랑 꽃씨
20090717-20090927

국립현대미술관



 간만의 국립현대 미술관 나들이.

 올해의 작가 <서용선>展과   일본/러시아/중국 거주 한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아리랑 꽃씨>展을 보았다.
서용선 작가는 1980년대 소나무 연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이어서 단종의 폐위를 다룬 역사화와
도시인들의 군상을 다룬 작업들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위의 도록에서도 느껴지듯 강렬한 색채와
과감한 선이 인상적이다.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과감하게 쓰여진 색채와 검은 선들, 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들은 막 분출될 것만 같은 억눌린 꿈틀거림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작가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지 못했다라는 부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계유정란(세조가 단종을 폐위시킨 사건)을 다룬 역사화와 당시 1980년대의 정치적 상황은 그의 그림이
단순히 역사화를 넘어 시사하는 바가 있음을 암시한다. 자화상에 나타난 굳은 표정과 붉고 날카로운
눈매는 이 땅에서 작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사명감, 그리고 실천적, 현실참여적 작가로서 민중미술
계보의 연장선 상에서 파악될 수 있으리라 본다. (서용선 작가는 근래 철암의 폐광지역에서
철암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매월 세째주 토요일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도슨트의 설명을 비롯 리플렛의 내용 등 전시 전반에 걸쳐서 작품의 내용을 구체적인
시대의 현실보다는 보편적이거나 추상적인 현실 차원에서 파악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이를테면 부조리한 실존, 실존적 고통,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등등..)
물론 시대적인 상황이 변하고 있고, 또한 너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보편적인 부분에서의
공감도 중요하겠지만, 특히 이와 같은 작업에서 구체적인 시대 현실을 제거한다는 것은
작업의 의의를 반감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절이 수상하여 그런가? 하는 괜한 생각조차 든다. 말많았던 MB코드 인사
국립현대미술관장 배순훈 관장덕에 말이다.)


<아리랑 꽃씨>展은 일본/중국/러시아에 거주중인 1/2/3세대 한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인데,
전시 자체보다는 전시 중에 벌어진 사건이 흥미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 1세대 한인 작가 한락연을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작품 철거를 알리는 패널만이 존재할 뿐,
벽에 남은 못자국만이 작품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소장처의 특별한 사정으로 작품을 공개하지 못하게 되었음"이라는데,
특별한 사정인 즉슨, 지난 7월 5일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 유혈사태로 바짝 긴장한 중국정부가
"소수민족이 모일만한 장소는 사전 차단하라" 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혹시나 1세대 한인
작가의 작품앞에 모여들 한민족들을 걱정하여 작품을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혹시나'겠지만,
예술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에 주시하고 있는 중국정부의 반응도
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그리고 달력

 

잡설: 미적 행위의 사회적 결과는 무엇인가?(열기)


 

 

2009년 8월 6일 목요일

[20090803-20090805] 고흥반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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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 구름/비/구름을 점치던 불안한 일기예보대로, 잔뜩 흐린 하늘을 마주하며, 전라남도 고흥군 녹동항으로 차를 달렸다. 서울에서 녹동항까지는 약 5시간 남짓, 11시에 녹동항에서 출발한다는 금당8경 유람선을 타기 위해 다소 서둘러 새벽에 출발한 덕에,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녹동항에 도착했다. 짜릿한 바닷내음과 말린 생선냄새가 코를 찌르는 조용한 항구. 바로 앞의 소록도와는 지난 3월 연육도가 개통되어 차들이 오가고 있었고, 부두에는 거금도를 오가는 페리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소록도를 지나 거금도까지 이어지는 다리 공사가 한참이란다.




 최근 고흥군에서 밀고 있는 <금당8경>은 금당도를 한바퀴 돌며 해안가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는 것인데, 거리상 녹동항이 가깝운 항구이지만, 행정구역상 금당도는 완도군에 속해있다는 비화(?)가 있다고 한다. 출발전 인터넷의 사진들을 통해 어느정도 짐작한대로, 대단히 수려한 장관이라기 보다는 소박한(?) 시골섬의 풍경이 어울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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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시간 남짓 섬을 돌고 녹동항에 도착하니 슬슬 배가 고프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참장어 샤브샤브를 먹어보기로 했다. 참장어를 동네에 따라 <하모>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 <참장어 샤브샤브> 혹은 <하모 유비키>라고 불린다고 한다. 참장어 회는 살짝 아나고나 전어 같으면서도 담백한 편이고, 샤브샤브는 뻑뻑할 것 같다는 예상과 다르게 살점이 부드럽게 넘어갔으나, 솔직히 장어와도 회와도 많이 친하지 않은 까닭에, 대단히 맛있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특산물을 맛보았다는데 만족.






 여기까지 온 김에 소록도를 한번 둘러볼까 하였으나, 혹시나 민박집에 전화해보니 뭔가 이상하게 예약을 해놓은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기에, 일단 숙소 확인을 위해 <나로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나로도는 최근 위성추진체발사 기지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곳. 고흥반도에서 다리를 건너 <내나로도>로, 그리고  다시 다리를 건너 <외나로도>로 이어진다. 역시나 예약이 중복으로 되어있는 턱에, 살던 방을 내어주시는데, 마침 옆집에 방이 있다 해서 <고흥민박>에서 묶기로 했다. 가족단위 피서객이 대부분인 나름 조용한 시골 해수욕장. 흐린날씨가 아쉽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바다에 몸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신나게 바다에 몸을 던졌다. 해수욕장 경사가 꽤나 완만한 탓에, 해안에서 상당히 나아가도 허리까지 물이 찰랑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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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알람을 착각해서 새벽 5시 20분부터 바지란하게 움직인 덕에 8시경 해안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라는 남열해수욕장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비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 듣던대로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들이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상쾌한 아침 햇살과 바람, 그리고 파란 바다와 멀리 가까이 보이는 조그마한 섬들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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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도착한 남열 해수욕장은, 둘러보고만 가기는 너무 아쉬울 정도였는데, 연신 어제가 아니라 오늘 이곳에서 바다에 빠졌어야 했다고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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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를 나와 순천만을 향했다. 뜨거운 햇살 탓에, 방금전 본 해안도로의 절경 탓에, 순천만 갈대밭은 다소 감흥이 덜한 상태로 둘러보고, 송광사로. 여느 절들처럼 입구를 따라 흐르는 계곡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데,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방금전까지의 더위가 씻은듯 사라진다.

 

 




송광사의 뛰어난 점이라면 계곡과 더불어 절 자체의 규모도 상당하고, 외관 또한  빠지지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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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숙소는 송광사에서 40분정도 거리에 있는 백아산 자연휴양림. 휴양림을 처음 가보는지라 시설면에서 열악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예약한 곳이 콘도식으로 된 3층 건물이라서인지, 깨끗한 실내에, 복층 구조, 에어컨, 냉장고까지 가격(\50,000)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들어가는 길에 마트에 수육(동파육) 거리를 샀는데, 너무 살코기로만 사오는 바람에 다소 팍팍한 수육이 되어버렸다. 나름 필살기로 준비한 요리인데,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마지막 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는 담양을 들러 소쇄원과 메타세콰이어길(관방제림)을 들렀다. 작년 초에 들렀던 곳이라 다소 감흥은 덜했는데,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죽녹원으로 이어지는 관방제림은 나무 그늘 밑으로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거닐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남대문>식당에서 떡갈비를 먹고 슬금슬금 서울로 돌아오니 자정을 넘긴 시각. 2009년 여름 고흥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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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상상마당 진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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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상상마당측에 메일로 내 작업 의도를 전달을 했고, 그날 오후 내부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회의 전 매니저님과 전화 통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상상마당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 클로즈업컷 위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회의 결과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할 수 없다고 한다.

앞서 밝힌대로, 목적 하나는 달성인 셈이다.. 결국 KT&G의 예술 후원의 진정성이 드러나고 만....
(물론 관계자분들의 의도는 논란이 될만한 일은 만들지 말자..겠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라고 본다.
후원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나니, 게다가 클로즈업컷 진행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터에 왠지 허용되는 한에서 장난을 쳐야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면, 내겐 뭐가 남지. 어디 가서 외칠 곳도 없는 'KT&G 예술 후원의 진정성?'  뭔가 비틀어야 한다.

 머릿속으론 갖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 전시 자체를 보이콧 하거나..
- 책자에 내게 할당된 페이지에 백지를 채운다거나....
- 대체 작업 곳곳에 담배를 숨겨둔다거나...
- 대체 작업 글 곳곳에 현작업 내용에 대한 글들을 섞는다거나....
- 전시 오픈날 상상마당 앞에서 1인시위?

하지만 이런 생각들 대부분은 어쨌거나 함께 전시하는 분들에게나, 혹은 매니저님들한테 피해가 갈 수 있는 일이라, 가급적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형태의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오늘 매니저님한테 전화해서 괴롭힌 내용이 아래와 같다.

- 아크릴로 만든, 불탄 상상마당을 전시 오픈일을 제외한 전시기간에 내 사진 밑에 두겠다..
- 현 작업이 불가한 이유를 공문으로 작성해 달라.


역시나 매니저님은 난감+쩔쩔매시고...이야기 하면서 아 이것 역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회의'를 통해 답변을 주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종일 고민한 것이, 누구의 눈에도 거슬리지 않고, 내게 의미가 될 수 있는게 무엇일까..였는데,

아크릴-불탄 상상마당-을 천으로 가려서, 전시장 어디든 구석에다 쳐박아 두는 것이다.
"앉지마시오" 정도 딱지를 붙여 놓으면 되겠지. 내 대체 작업 밑에 놓고, 꽃이나 올려 놓으면...
꽃이나 올려놓으라고 만들어 놓은 단인 줄 알테지...

나로선 거의 마지노선인 것 같다. 이게 안되면 정말 상상마당 앞에서 태운 건물을 들고, 기념촬영이라도 해야할 판.

나한테 괴롭힘 당하는 매니저님한텐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하니 상황이 나를 찐따로 몰고 가는 것 같다.
몰래 뭔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정정당당히 양해를 구하고, 밝히고 하고 싶다.
괜히 엄한 사람 놀래키는 무뢰한은 되고싶지 않단 말이지.(이미 충분히 무뢰한인가!?)
제발 이번 안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ps. 이전 블로그에 들어와서 관계자가 확인하는 바람에, 심기가 불편해졌다해서 비공개로 바꿔두었던 글.

ps2. 구글 이전 기념으로 다시 공개로...설마 여기까지 찾아와서 보려나..^^;

ps3. 이 글 보고 관계자가 심기가 불편해져서 결국 전시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과연 전시때 어떻게 될런지.

 

welcome to 상상마당 (가제)

 지난 4월부터 KT&G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문화지원센터'인 상상마당에서 사진 강좌를 듣고 있다.

 SLAP(SangSangMadang Life-Art Photographer) 프로그램으로, 생활사진가 프로그램 정도로 보면 되겠다.

원래 수업의 목적은 기존에 찍은 사진들 중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전시/ 출판까지 하는 것이지만, 이왕 하는 김에 이번에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진행을 했다.(그래서 상상마당 내부적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석달에 5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강료이지만, 출판과 전시에 대한 부분은 100% 상상마당 측에서 지원을 하기 때문에) 

 그래서 담배를 주제로 하는 다소 짖궂은 장난을 시도했다. 즉 상상마당의 모체인 KT&G를 건드려 보는 것이었다.

 작업 의도를 설명하자면,
 
 담배가 유해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담배를 만드는 사람과 담배를 피우는 사람,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현실에서의 답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담배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손실의 비용은 담배를 피우고 건강을 해친 '개인'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다. 혐연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담배회사를 나쁘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담배 회사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담배 회사들이 담배로 건강을 잃은 개인에게 보상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국발 담배소송 소식이 들려오지만, 개인의 승소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국내도 7년간 공방 중이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하며, 유럽의 경우엔 담배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담배 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여론으로 국내의 경우를 보면, KT&G 복지재단, 상상마당 등등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그 긍정적인 이미지는 고스란히 KT&G의 이미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활동에도 금연 캠페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왠지 병주고 약주면서 생색까지 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 한국금연연구소를 후원하여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벌이긴 했으나, 거의 1人 NGO인데다가, 이왕 피울거면 양담배 말고 국산담배! 를 외치는 한국금연연구소의 활동을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현실적으로 '담배'라는 유해소비재가 '필요악'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흡연자들의 존재가 그것을 증면한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배 자체가 '좋은 것', '괜찮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쁜 것은 나쁜 것일 뿐이다. 담배를 없애지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수업을 듣는 상상마당의 (고마운)존재는, 각도를 달리해 보면, 결국 수많은 개인들이 피워올린 담배, 그 희생에 기반한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담배로 상상마당 건물을 만들어 태웠고, 그 장면들을 찍어 현재의 상상마당 건물의 모습과 합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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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같은 작업에는 나름 존경해마지 않는 한스 하케(Hans Haacke)의 모티프가 있다.
 1971년 한스 하케는 뉴욕 구겐하임에 초대되었고, 그 때 내건 작업이 구겐하임 미술관의 후원자인 샤폴스키 그룹의 맨하탄 부동산 소유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전시는 취소되었고, 담당 큐레이터는 해고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작업은 지난 광주 비엔날레에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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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한스하케에까지 비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로부터 30년이 훌쩍 지난 오늘 상상마당은 KT&G에 적대적(?)인 작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사실 이 게임은 애초에 무척 불평등한 게임이다. 내 작업이 허용된다면,  어쨌거나 KT&G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만약 거부한다면, 결국 기업의 문화, 예술 후원이라는 것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니, 나로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기업 입장에서, 나따위가 그런 전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어떤 영향이 있을까? "그래, 뭐 저건 예술이니까. 누가 신경쓰겠어?" 라고 말하면 그만 아닌가싶다)

 지난 토요일 수업시간에 전시에 쓰일 사진 선정 시간이 있었고, 교수님과, 상상마당 관계자의 당황한 표정을 목격했다. 그리고 고민해보겠다는 말을 들었다.  나역시 극도로 보수적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의 일원으로서, 관계자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도 있다.  앞서 말했듯, 어쨌거나 나는 목표를 달성할 수 밖에 없는 불평등한 게임이니까.

 그저 내 개인 작업의 성공(?)을 위해서 멀쩡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 지금도 그 고민은 여전하다. 나는 그저 '공익'이라는 허울에 내 자신의 영달을 위해 남들을 괴롭히는 '진상' 혹은 '찌질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최소한 KT&G의 예술 후원의 '진의'를 떠보는 의의는 가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