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디어,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를 놓고, 프랑스 제8대학에서 오신 석학들과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진행되었지만, 나는 결혼식이 오전에 있는 바람에,
2시경부터 들어가 주형일 교수의 <디지털 시대의 사진: 대중 예술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발제글부터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이렇다 저렇다 평할 짬은 안되지만, 간략히 소개/느낌을 적어보자면,
주형일, <디지털 시대의 사진: 대중 예술의 가능성과 한계>
- 대중에 속한 사람으로서, 사실 가장 관심이 가는 주제였는데, 다소 논의를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듯 했다.
인터넷의 블로그를 사용하는 행위는 자본이 좋아하는 아주 착한 자발적인 무보수 노동자에 비해진다는 것,
공동체(즉, 세력)를 형성해서 인터넷을 소유한 자본들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견 제시나,
이미지의 무한 복제를 통한 저작권의 무력화, DDOS를 연상시키는 사이트 공격 등의 극단적인 대안은
어쩔 수 없이 자본과 공생해야 하는 절대다수의 대중들에게 요구하기는 (발제자도 인정했다시피)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의 시간의 이영준 교수 말마따나, 자본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보다는
자본에 이용당하는 것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쥘리앙 세레쥬, <자본주의의 사진적 재현에 관하여: 도시와 일상>
- 자본주의를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논의를 발전시켜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일상성'으로 초점이 모여지는 듯 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고, 계속 변화해 나가며,
복잡한 양상들이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도시의 외부에서,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을 수 있고,
또 그곳에서 일어나는 굉장히 지엽적이라고 보이는 일상적인 것들이 바로 도시의 모든 것 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혹은 반대로 말하면 도처에 존재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말미에 Eric Sadin의 문화분석적인 사진을 모범예(?)로 제시했다.
한데, 저기서 도시나, 자본주의를 빼고 '삶'을 넣어도 말이 그대로 될 것 같다. 결국 우리의 삶이
자본주의의 삶, 도시의 삶이기 때문일까?
(참고로 본문과 상관은 없지만 쥘리앙 세레쥬의 아내는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서동진, <생명의 이미지, 자본의 이미지>
-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CT, MRI의 의학영상에서 부터, 첨단의 의학영상분야까지 소개를 하면서,
인체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 그리고 그것들이 점차 병의 진단을 넘어서서 병의 확률을 이야기 하며
의료행위와 그 영상들을 자본종속적으로 변화시켜 간다는 이야기. 달변과 신선한 주제로 흥미로웠다.
박상우, <사진 복제를 통한 개인의 식별>
- 용의자 검거에 사진이 도입되기까지의 역사적인 설명과, 그 사진들의 복제되기까지의 과정들.
후반부는 주로 프랑스 경시청의 베르티용(최초로 사진을 용의자 수사에 도입했음)의 노력에 촛점이 맞춰졌다.
발표하느라 진땀은 빼셨는데, 다소 발표 스킬이 부족하셨던듯..^^;

ps.1 발제글들이 수록된 자료집을 사고 싶었지만, 품절인 관계로, 연락처만 적어놓고 왔다.
내가 듣지 못한 앞서 발제글중, 프랑스와 슐라쥬의 <사진, 미디어, 자본주의적 관계의 관계들>은
번역도, 통역도 난해했다는 이야기들이 들리는 것 같다.
ps.2 장내에 들어서면서 놀랐던 것은, 대략 2/3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청중. 연령대도 다양한듯 했다.
이렇게 많은 여성 예술(or 미학)인구에 비해..두각을 드러내는 이는 상대적으로 남성이 많으니..음...
뒤에 앉아 있던 두 여자분은 통역기를 귀에 붙였다 땠다 하며, "통역이 너무한데? 이렇게 빼먹어도 되나?"
를 연발하고 있었는데..그저 부러울 뿐.